“나는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진실이 왜곡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진실일 때가 많다.
옳다고 인지하고 있었던 틀이 무너지고 어느덧 사회나 조직에서 규정해 놓은 규칙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현대인의 초상 | Portrait of Contemporary
나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형식과 틀에 맞춘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다. 우리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쉼 없이 달려가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과 그 속에 부재되어 있는 개인의 정체성으로 불안한 삶을 이어나간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이지 못한 우리는 불안과 고독, 허망함을 느끼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러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과 사회 구조를 작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다. 나의 작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여지를 주었으면 한다. 현대인의 초상작업은 인물과 그것을 속박하는 기하학적 틀과의 관계에 초점을 둔 작업과 건물을 재해석해 현대인의 고민이나 욕망을 투영시킨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인물 작품 속 인물은 무심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한 곳을 응시하기도 하고, 무중력 상태로 허공을 떠다니기도 한다. 가벼워 보이면서도 어딘가에 속박되어 있는듯한 얼굴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공허하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일률적으로 반복되는 선과 정형화된 도형으로 담아낸다. 인물작업에서 등장하는 선이나 도형은 현대인을 속박하고 있는 틀(가치관 혹은 규범)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의미는 자신이 인물의 주인공이라는 가정 하에 다양하게 재해석 될 수 있다.
건물 이전 작업이 인물(얼굴)이 주인공이라면, 이번 작업은 건물이 주인공이다. 건물은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인 동시에, 인간의 많은 욕망이 반영되어 있는 개체이다. 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혹은 공간을 단순화시키고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내면을 담아내고자 한다. <못다 오른 꿈 _Unrealized Dream>은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는 타인의 의해 혹은 사회가 규정한 정형화된 목표를 위해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공허함을 느낀다. <발코니의 꿈 _Balcony's Dream>은 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현대인의 열망, 혹은 욕심이 반영된 작업이다. 무엇인가에 도달하려는 듯 뻗어나가 버린 고층 빌딩의 발코니와 그것의 끝자락에 놓여진 작은 식물이 고독해 보이면서 위태로워 보인다.
작품 스타일 과장과 축소, 생략을 통한 표현으로 특정한 누군가를 대상으로 했다기보다 불특정 다수를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든지 작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또한 사실성을 배제하고 평면적이고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다. 이는 정제된 색채와 형태로 인해 관객에게 능동적이고 선택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함이다.